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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잘하려면

연구설계를 하라

  위 세 그림은 모두 같은 작품(?)이다. 스페인의 한 성당에 그려진 'ecce homo'(이 사람을 보라)라는 그림이다. 예수의 초상을 그린 것인데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종교예술적 가치는 충분히 가진 작품이다. 왼쪽의 그림은 비교적 초창기 때의 자료이고, 가운데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훼손된 모습이다. 그럼 오른쪽은 무엇일까?

  한 80대 노인이 이 그림을 보고는 너무 많이 훼손되서 자신이 복원을 해야겠다는 불타는 사명감이 들었나보다. 노인은 뛰어난 자신의 솜씨로 그림에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예수상은 오간데 없어지고 이상한 사람만 남아있는 그림이 되었다. 성당은 지금 이 그림을 원상복구하는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노인의 열정은 가상하지만 이 노인이 아주 중요한 두 가지를 간과했다. 첫째는 자신의 그림 그리는 실력이고, 둘째는 어떻게 복원할까 하는 계획이다. 결과로 볼 때 우선 노인은 이 그림을 원본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 실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설령 그림 그리는 실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어떻게 복원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철저해야 한다. 그래서 해야 할 순서대로 하나씩 점검하면서 복원을 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무턱대로 붓부터 들이댈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연구도 마찬가지이다. 연구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는 연구다운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다. 간혹 논문을 도와달라는 사람들을 만나면 제일 안타까운 점이 이 부분이다. 연구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설문지부터 돌린 것이다. 설문은 다 했으니 분석만 도와달라고 해서 보면 분석할 게 별로 없는 경우가 있다. 연구설계를 정확하게 하고 그 설계에 따라 설문지를 작성한 게 아니라, 특정 대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되는 줄 알고 무턱대로 설문지부터 들이댄 것이다. 이럴 경우 몇몇 개의 빈도분석 외에는 달리 할 게 없어진다. 물론 학위논문으로 쓸 수 없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연구설계가 명확해야 한다. 질적연구의 경우 너무 막연한 경우 큰 틀만 잡고 일단 연구에 임해서 방향을 잡아갈 수도 있지만 양적연구는 설계가 명확하게 마무리 된 후에 설문에 임해야 한다. 사회복지논문은 대부분 통계를 활용하는 양적연구가 주를 이룬다.

  연구설계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정확한 연구주제를 설정하는 것이며, 그 주제를 드러낼 척도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연구설계가 완겅되지 않는다. 철절한 선행연구를 통하여 변수간의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그런 변수들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찾아내면 어떤 통계방법으로 사용할지가 결정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설문지를 작성해야만 정확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설문지부터 들이댈 것이 아니라 연구설계에 보다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연구설계를 할 때부터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