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기사를 보면 경상도에서 이번 보선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표집된 대상의 80% 이상이 50대 라고 한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연령대만 조사해 놓고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80%를 넘었다고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보도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당연한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을 때 자포자기가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보도 자체로 새누리당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보도를 한 신문도 새누리당을 지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통계의 그림자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수치의 허울에 빠지기 쉽다. 수치가 어떤 형태를 띄었느냐에는 관심을 갖기 못하고 수치의 결과만 본다. 이번 보도와 같은 조사는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조사이다. 연구윤리에 있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통계적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세세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이런 기사를 내는 신문사는 퇴출을 받아야 한다.
통계를 볼 때는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절한 절차를 가졌나를 보아야 한다. 가령, 표본을 어떻게 구했는지, 응답률은 얼마나 되는지, 질문은 어떤 형식으로 했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히 보아야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신문의 기사를 놓고 '조작된 조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보지 않는다는 걸 악용하여 신문사의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닌가 싶다. 몹쓸 그래서 퇴출되어야 마땅한 신문사이다.
등록 : 2013.10.17 17:20수정 : 2013.10.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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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77.5%)
‘새누리당을 지지한다’(80.9%)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다’(83.7%)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농담삼아 떠도는 말이 아니다. 실제 경북 포항지역 일간신문인 <경북도민일보>가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이번 여론조사 대상 지역인 포항 남·울릉 선거구에서 제18대 총선(2008년) 당시 몰표를 받은 한나라당 이상득 후보도 69%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도 아니고,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이 80%나 나올 수 있을까?
비밀이 밝혀졌다. 선거권을 가진 만19살 이상 주민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50대 이상에게 물은 비율이 전체의 82.1%(821명)나 됐기 때문이었다. 보수성향의 50대 이상을 대거 포함시키고, 보수성향이 약한 20~40대 유권자들을 배제한 것이다.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이렇게 불공정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대구지역 여론조사업체 ㄷ리서치 소장 박아무개(46)씨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고발했다. 또 이 여론조사업체로부터 불공정한 여론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보도한 <경북도민일보>에 대해서는 경고 조처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제108조)상 여론조사업체가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할 경우, 전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만 19살 이상 선거권을 가진 주민들 가운데 실제 연령대별 분포 비율에 맞도록 여론조사 대상을 선정해야한다. 하지만 ㄷ리서치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50대 이상 선거구민을 80% 넘게 포함시켰다.
여론조사업체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언론사는 연령대 등 표본의 크기를 밝혀줘야만 한다.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나가되면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북도민일보>는 ㄷ리서치로부터 넘겨받은 여론조사 결과 자료를 확인하지 않고 14일치 신문 1면과 5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물론 여론조사에 참여한 피조사들의 연령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현재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에는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와 민주당 허대만 후보, 통합진보당 박신용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민일보>는 이렇게 만들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이 후보들의 지지율이 각각 77.5%, 10.3%, 0.7%라고 보도했다. 이날 <경북도민일보>가 보도한 1면 머릿기사 첫 문장은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에서 새누리당 박명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였다. 기사 안에는 ‘새누리당 박 후보는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5면에 쓴 기사 제목은 ‘정당 지지도 새누리 80.9% 압도적’이었다.
경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많은 선거법 위반 사례가 있지만, 이 사건은 잘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위해 여론조사업체나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이런 여론조사를 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고, 관련자들은 단순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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